암을 이겨내는 힘, 달리기는 치료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암 진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치료입니다.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운동은 잠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 무조건 누워서 쉬는 것이 반드시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몸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적절하게 움직이는 것은 치료 과정에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내용을 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암 환우들이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장암 이후 다시 운동화를 신은 사람
2022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박현준 씨는 힘겨운 투병을 겪은 뒤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직장암 수술로 항문과 직장을 절제하고 영구 장루를 갖게 된 이광성 씨 역시 수술과 항암치료로 떨어진 체력을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 나갔습니다.
물론 이들의 사례만으로 달리기가 암을 치료하거나 암세포를 없앤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암 환자에게도 적절한 신체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활동을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4기 암 환자도 다시 길 위에 섰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진행성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도 소개됐습니다.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김별 씨는 남편과 함께 슬로우 조깅을 시작했습니다. 항암치료의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체력에 맞춰 운동을 이어갔고, 암 치료와 함께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궁내막암이 폐까지 전이돼 수술이 어려웠던 유현주 씨 역시 처음에는 병실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후 걷기부터 시작해 운동을 이어갔고 면역항암제 치료와 함께 꾸준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동이 치료를 대신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항암치료와 같은 의학적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신체활동을 병행했다는 것입니다.
운동이 암 환자에게 중요한 이유
암 치료 과정에서는 체중과 근육이 감소하고 체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더 빠르게 약해지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신체활동은 근육과 심폐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치료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운동은 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암 진단 이후에는 불안과 우울, 무기력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 걷고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리듬을 회복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온코런’이 보여준 특별한 의미
이번 회차에서 소개된 온코런(Onco-Run)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암 생존자뿐 아니라 암 환우와 가족, 지지자, 의료진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달리기 행사로, 치료가 끝난 사람만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진행성 암 환자도 각자의 상태에 맞춰 함께했습니다.
여기에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의미보다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고 응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천천히 자신의 길을 따라갑니다. 암 치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암 환자는 무조건 달려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암 환자라고 해서 모두 달리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직후이거나 항암치료로 컨디션이 크게 떨어진 경우, 빈혈이나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 등에는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특히 치료 중에는 그날그날 몸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는 30분을 걸었다고 해서 오늘도 똑같이 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로가 심하거나 어지럽고 통증이 있다면 운동을 줄이거나 쉬어야 합니다.
운동의 목표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로 정하기보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암 치료 후 운동을 시작한다면 걷기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걷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벼운 근력운동을 병행하면서 몸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체력이 회복되면 걷는 시간이나 속도를 조금씩 늘리고, 의료진이 허용한다면 가벼운 조깅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운동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내 몸이 어제보다 조금 더 움직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암 치료와 운동은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암을 치료하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의학적 치료입니다. 따라서 달리기나 걷기만으로 암이 치료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암 치료를 받는 동안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치료 후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내용을 보면서 암 환우들에게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삶 전체가 병원 안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를 충실히 받으면서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만큼 걷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암 치료에서 말하는 ‘회복’은 검사 결과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eongsu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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